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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110g, 케타민 1,990g 운반 사건 항소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무죄를 이끌어낸 사례

필로폰 110g, 케타민 1,990g 운반 사건 항소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무죄를 이끌어낸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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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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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개요

 

A씨는 2025년 초 인스타그램에서 본 재택 아르바이트 광고를 통해 중고 휴대폰의 유심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쯤 뒤 텔레그램으로 "다른 일"을 제안받았고, 그때부터 A씨가 한 일은 전달받은 물건을 저울로 재서 소분하고, 지퍼백에 담아 절연테이프로 감은 뒤, 지시받은 좌표에 놓아두는 이른바 '던지기'였습니다.

 

그 물건은 필로폰 110g과 케타민 1,990.3g이었습니다. 검찰이 산정한 가액은 필로폰 1,100만 원, 케타민 1억 2,936만 원. A씨는 마약류 취급 전력도, 투약 전력도 없는 40대 여성이었고, 조직의 상선은 텔레그램 대화명 외에는 아무것도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A씨는 전형적인 하위 운반책, 이른바 '드라퍼'였습니다.

 

문제는 적용 법조였습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이 조항은 마약류의 가액이 5,000만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이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단순히 마약을 소지·수수한 것과는 법정형의 차원이 다릅니다.

 

2. 1심의 판단 - 징역 4년

 

1심은 A씨가 필로폰과 케타민이 마약류일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했다고 보았습니다. 전자저울과 지퍼백, 절연테이프를 직접 구매한 점, 장갑을 끼고 작업한 점, 텔레그램 단체방 이름이 '빵공장'이었고 물건을 '빵'이라 불렀던 점, 1g당 1만 원이라는 비상식적인 대가를 약속받은 점 등이 근거였습니다.

 

나아가 1심은 가액에 대한 인식까지 인정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마약 유통가를 알 수 있는 시대라는 점, 대검찰청 발간 자료상 도매가가 그에 이른다는 점, 상선이 "100g 한번에 안 담기면 50g씩 2개로 나눠도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들어, A씨가 필로폰 가액 500만 원 이상, 케타민 가액 5,000만 원 이상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선고형은 징역 4년이었습니다.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11년 10개월,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은 징역 3년 6개월이었습니다.

 

3. 항소심에서 다툰 지점

 

저희가 항소심에서 집중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마약인 줄 알았는가"와 "얼마짜리인 줄 알았는가"는 전혀 다른 질문이라는 것입니다.

 

특가법 제11조는 가액에 따라 적용 조항과 법정형이 통째로 달라지는 조항입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가액'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도352 판결). 그렇다면 가액에 대한 인식 역시 마약류라는 인식과 별개로, 검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1심 판결문은 마약류라는 인식을 인정하는 논증에서 곧바로 가액 인식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저희는 그 연결고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가. 필로폰 110g - 시각의 선후관계

 

1심이 가액 인식의 결정적 근거로 삼은 것은 상선이 보낸 "100g 한번에 안 담기면 50g씩 2개로 나눠도 됩니다"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저희는 이 메시지의 발송 시각을 기록에서 확인했습니다. 2025. 3. 23. 18:23. 그런데 A씨가 필로폰을 '던지기'한 시각은 같은 날 14:30이었습니다.

 

범행이 이미 끝난 뒤에 온 메시지가, 그 범행 당시의 인식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항소심은 이 시간적 선후관계를 받아들여, 위 메시지가 이 사건 필로폰의 소분을 지시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A씨가 필로폰을 검정색 절연테이프에 개별 포장된 상태로 전달받았을 뿐 직접 소분하거나 중량을 측정한 사실이 없다는 점, 마약 전력이 없어 시세를 알 만한 경험이 없다는 점을 더했습니다. 결국 항소심은 A씨가 필로폰이 100g 이상임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나. 케타민 1,990.3g - 수사기관조차 묻지 않았던 것

 

케타민은 중량을 A씨가 직접 저울로 쟀으므로 양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지적한 것은 A씨가 그 물질의 종류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선은 이를 동물안락사 약이라고 설명했고, A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과 휴대폰 검색 기록 어디에도 케타민의 종류나 가격에 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수사기록 그 자체였습니다. 경찰 피의자신문과 두 차례의 검찰 피의자신문 어디에도 가액에 관한 문답이 없었습니다. 고의 여부만 물었을 뿐, 가액을 인식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은 것입니다. 검사가 항소심에서 뒤늦게 마약류 월간동향과 인터넷 기사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자료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피고인의 주관적 인식을 증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또한 대가의 규모도 짚었습니다. 통상 피고인이 취급한 마약류의 가액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는지는 그가 받기로 한 대가의 규모로 판단하는데, A씨가 받은 100만 원이 어느 행위에 대한 대가인지조차 수사기록상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은 A씨가 케타민의 가액이 5,000만 원 이상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사실조회신청 - 공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

 

A씨는 부친상으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나와 있던 기간에, 자신과 같은 일을 하던 지인들의 정황을 수사기관에 제보했습니다. 그 제보로 필로폰 3kg이 압수되었고, CCTV 분석을 통해 마약 밀반입 피의자가 검거·구속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A씨 본인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형태로도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피고인이 스스로 "제가 제보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수사기관이 그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은 증명력이 전혀 다릅니다.

 

저희는 담당 수사관서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고, 회신으로 담당 형사팀장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받았습니다. 그 문서에는 A씨의 제보 경위, 압수된 필로폰의 양, 검거된 피의자, 그리고 "피고인의 결정적인 제보로 인하여 다량의 마약 유통을 막을 수 있어 그 공적이 매우 크다"는 담당 수사관의 평가가 담겨 있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는 "피고인은 마약류 제보 및 수사에 협조한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명시되었습니다.

 

5. 결과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적으로 달라진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필로폰 소지 부분은 특가법이 아닌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향정)으로, 케타민 수수·소지 부분은 특가법 제11조 제2항 제1호(5,000만 원 이상)가 아닌 제2호(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로 각각 의율이 변경되었습니다.

 

그 결과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22년 6개월이던 것이 징역 1년 6개월에서 22년 6개월로,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11년 10개월이던 것이 징역 2년에서 6년 6개월로 내려갔습니다. 하한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선고형은 징역 4년에서 징역 2년으로, 절반이 되었습니다.

 

6. 이 사건이 남기는 것

 

첫째, 마약 운반책 사건에서 전부 무죄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전자저울과 지퍼백을 사고, 장갑을 끼고, 좌표에 물건을 놓아두는 행위 자체가 미필적 고의를 강하게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역시 전부 무죄를 주장했고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그러나 특가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다툴 지점은 고의만이 아닙니다. 가액은 그 자체가 가중적 구성요건이고, 따라서 가액에 대한 인식도 독립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하위 운반책은 대개 자신이 옮기는 물건의 시세를 알지 못합니다. 그 간극을 기록으로 드러내면 적용 법조가 바뀌고, 적용 법조가 바뀌면 처단형의 하한이 바뀝니다. 양형 변론으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폭입니다.

 

셋째, 그 간극은 새로운 증거가 아니라 이미 있는 기록에서 나왔습니다. 텔레그램 메시지가 범행 이후에 도착했다는 사실, 피의자신문조서 어디에도 가액에 관한 문답이 없다는 사실은 모두 수사기록 안에 처음부터 있던 것입니다. 기록을 몇 번째 읽는지가 결과를 바꿉니다.

 

넷째, 유리한 사정은 저절로 기록이 되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했다는 사실도, 사실조회를 통해 수사기관의 확인을 받아 두지 않으면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에 머무릅니다. 변호인이 해야 할 일 중 상당 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증거의 형태로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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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책임변호사 김 한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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