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재판소원 각하율 99%를 넘는 법

재판소원 각하율 99%를 넘는 법

카테고리

기고문

관련 구성원

재판소원, 청구서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1.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2026. 3. 12.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되면서 법원의 확정된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재판소원입니다.

 

제도 시행 직후 언론은 사실상 4심제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시행일부터 2026. 7. 14.까지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재판취소 사건은 1,463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13건이었습니다. 비율로는 0.9%입니다. 8월 중순 기준으로도 회부 사건은 17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99%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각하는 대부분 청구서를 어떻게 썼는가에서 갈립니다.

 

2. 헌법재판소가 그은 선

 

헌법재판소는 2026. 3. 24.자 2026헌마683 결정에서 사전심사의 기준을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청구인의 주장이 형식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각 호에 관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 실질이 개별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증거평가, 법률의 포섭과 적용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면 청구사유를 갖춘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러면서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에게 각 호 사유에 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과 소명을 요구했습니다.

 

이 문장은 실무자에게 매우 구체적인 지시입니다. 상고이유서를 다듬어서 제출하면 100% 각하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각하된 사건들의 상당수는 상고이유서의 사실오인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고 말미에 재판청구권 침해라는 문구를 붙인 형태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13건 중 8건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과 관련된 사건이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심리불속행이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로 인한 항소각하처럼, 절차적 하자의 외형이 서면상 한눈에 드러나는 유형에 회부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3. 첫 번째 원칙 — 기록이 아니라 판결문에서 싸웁니다.

 

여기서 실무의 첫 번째 원칙이 나옵니다.

 

재판소원의 심판대상은 확정된 재판입니다. 사건이 아닙니다. 따라서 청구서가 향해야 할 곳은 증거기록이 아니라 판결서 그 자체입니다. 증인의 진술이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인정 다툼이지만, 판결서의 이유 안에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문장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지적은 판결서 자체의 흠입니다. 후자는 헌법재판소가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수행한 두 건의 재판소원에서도 논거의 출발점은 전부 판결문 안에 있었습니다.

 

4. 두 번째 원칙 — 형사사건의 통로는 형사소송법 제323조입니다.

 

형사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소원은 특히 어렵습니다. 심리불속행이나 항소각하처럼 절차 위반이 외형상 뚜렷한 사건과 달리, 형사 유죄판결은 대개 실체판단이어서 무엇을 다투든 사실오인 재론처럼 읽히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찾은 통로는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입니다. 유죄판결에는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이 명시의무 위반, 즉 이유불비와 이유모순은 사실인정의 당부와 무관한 판결서 자체의 법률 위반입니다. 이를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 및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과 연결하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제2호(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로 포섭됩니다.

 

실제 사례를 익명화하여 소개합니다.

 

첫째, 사기 사건의 항소심 판결문 법령의 적용란에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아니라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조문이 기재되어 있었고, 판결경정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확정되었습니다. 유죄로 인정된 죄와 적용된 처벌조문이 일치하지 않는 판결서입니다. 사실인정을 한 글자도 건드리지 않고 구성할 수 있는, 재판소원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둘째, 같은 사건에서 항소심은 양형이유에 피고인이 범행을 혼자 주도하거나 편취금을 수익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동시에 유죄 부분에서는 그와 양립하기 어려운 사실인정을 유지했습니다. 하나의 판결서 안에서 두 문장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이유모순입니다.

 

셋째, 준강제추행미수 사건에서는 항소심이 특정 감정결과를 설명하면서 범죄사실과 다른 태양의 행위를 전제로 한 판시를 하고, 정작 범죄사실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역시 판결서 내부의 모순입니다.

 

5. 세 번째 원칙 — 판단누락이 아니라 심리 부존재로 씁니다.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프레이밍 문제가 있습니다.

 

소송기록에 이미 현출되어 있는 자료에 대해 판결문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경우, 이를 판단누락이라고 쓰면 곤란합니다. 판단누락은 결국 그 자료를 제대로 평가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읽히고, 그 순간 증거평가의 당부를 다투는 청구가 되어 2026헌마683의 각하 논리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같은 사실관계를 심리 부존재 또는 직권심리 미이행으로 구성하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그 자료를 어떻게 평가했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고,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할 자료에 대해 심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절차의 공백만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에 결론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적법절차 위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았고 기록으로만 현출된 사항일수록 이 구성이 필요합니다.

 

6. 네 번째 원칙 — 넣는 기술이 아니라 빼는 기술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사기 사건에서 저희는 상고심 변호인으로서 처분행위 법리오해, 기망행위 주체에 관한 심리미진, 편취범의 법리오해, 피해자 진술 신빙성 판단의 문제 등 네 개의 상고이유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소원 청구서에서는 사기죄 법리에 관한 부분을 전부 들어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그 주장이 청구서에 들어가는 순간 서면 전체가 유죄판결에 대한 불복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강한 논거 하나가 약한 논거 열 개에 묻히는 정도가 아니라, 약한 논거 하나가 강한 논거 전부를 오염시키는 구조입니다. 지정재판부는 청구서 전체의 성격을 보고 각하 여부를 판단합니다.

 

입증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건 모두 녹취록이나 진술 관련 자료는 넣지 않았습니다. 첫 사건의 경우 판결문 3종과 재판확정증명원만으로 입증방법을 구성했습니다. 판결서의 흠을 다투는 청구에 사실관계 자료를 붙이면 스스로 사실심을 요구하는 셈이 됩니다.

 

재판소원 청구서에서 분량은 설득력과 비례하지 않습니다.

 

7. 청구서 구조 — 적법요건란에 선제 방어를 배치합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건의 경과. 둘째 심판대상과 적법요건. 셋째 이하 각 청구사유. 그다음 결과에 미친 영향. 그다음 상고심 재판에 관한 항목. 마지막으로 결론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둘째 항목입니다. 적법요건란에 청구인적격, 대상적격, 청구기간, 보충성, 대리인 선임을 기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 청구가 사실인정이나 증거평가의 당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항목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각하하려는 지점을 청구인이 먼저 짚고 그 선을 넘지 않았음을 밝히는 것입니다.

 

또한 각 청구사유를 서로 다른 호에 분산시키기보다 하나의 호로 통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서면의 논지가 선명해집니다. 절차 위반과 이유불비를 함께 다투는 사건이라면 제2호로 모으는 식입니다.

 

8. 시간이 없습니다.

 

재판소원의 청구기간은 재판 확정일부터 30일입니다. 다른 헌법소원의 90일이나 1년과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짧습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이 30일이 특히 가혹합니다. 상고기각 판결이나 결정을 송달받은 시점부터 판결문 전체를 재검토하여 헌법적 쟁점을 추출하고, 확정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하며, 재판확정증명원을 발급받고, 청구서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정기록 열람등사는 제1심 대응 검찰청에 형제번호로 신청하는데, 이 절차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상고심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부터 판결문 검토를 시작해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상고기각 통지를 받고 나서 검토를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9. 형이 집행 중이라면

 

재판소원 청구 자체로는 확정판결의 효력이나 집행이 정지되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수감 중이라면 별도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병행할지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에서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본안 판단 전에 형 집행이 종료되면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취업제한명령이나 이수명령처럼 형 집행 종료 후에도 지속되는 불이익, 전과로 인한 계속적 기본권 제한을 청구서 또는 보충의견서에 적극적으로 기재하고, 우선심판 요청을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10. 정리하면

 

재판소원은 한 번 더 다투는 절차가 아닙니다. 다투는 대상 자체가 다른 절차입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판결서 안에서 찾아낼 수 있는 흠이 있느냐, 그리고 그 흠만으로 서면을 구성할 절제가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사전심사 통과율 0.9%라는 숫자는 제도가 닫혀 있다는 뜻이라기보다, 대부분의 청구가 상고심의 연장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법률사무소 무아는 형사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심판청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상고기각 통지를 받으셨다면 30일이 지나기 전에 판결문을 들고 오시기 바랍니다.


Tel 02-6205-2125

Fax 02-6205-2126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55길 25, 4층

mualaw@mualaw.com

광고책임변호사 김 한 재

Tel 02-6205-2125

Fax 02-6205-2126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55길 25, 4층

mualaw@mualaw.com

광고책임변호사 김 한 재